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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9.28 작은 집에 산다는 것 (feat.스티브 잡스)

Steve Jobs (1955~2011)




Apple II

스티브 잡스의 사후에 전기가 출간되었고, 난 그 책이 출간되자 마자 바로 구매를 해서 읽었다.

내 나이정도 되는 사람들은 이미 어릴적부터 그 이름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으리라. 혹여 이름을 몰랐더라도 그가 만드는 물건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APPLE II 컴퓨터. 나도 당시에 한 대 가지고 있었지만, 주로 로드러너라는 게임을 하는 데에만 사용했던 터라...평가는 생략하기로...




Defect

지금에 와서는 내용은 자세히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인상적인 면 두가지가 생각난다. 그 첫째는 그가 전기작가(이름이 뭐였더라...찾아보고 보충해야지)에게 자기의 전기를 의뢰하면서 했던 약속이다. 처음 작가는 거절했지만 집요하게 요구하는 잡스에게 이를 수락하며 다짐 받았던 것은 "내용에 대한 불간섭"이었다. 작가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잡스의 '위대함'을 주제로 삼지 않았다. 필연적으로 잡스에게 적대적이었던 사람들로부터의 박한 평가가 가득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책을 다 읽고 덮을때 쯤이면 그가 얼마나 위대한 인간이었던가를 '공감'할 수 밖에 없게 된다.




Minimalism

두번째 인상적인 것은 간지로 들어가 있는 그의 집 거실사진이었다. 아래의 사진이 그나마 그 사진과 비슷한 그림인데, 그 때 내가 느꼈던 느낌과는 조금 차이가 있기는 하다. 난 그 사진에서 불교의 '선'의 느낌을 강하게 받았었다. 



젋은 시절의 잡스부터 말년까지 그의 주위공간은 채움보다는 비움이 많아 보인다. 내가 말하는 비운다는 것은 정리한다는 의미가 아닌 소유하지 않는다는 뜻에 가깝다.



나는 위의 어수선한 방의 사진에서도 비움이 느껴진다. 그러니까... 뭐랄까... 삶 자체를 단순하게 만들려는 노력이 보인다고나 할까...아니면, 삶의 빼대가 드러나 있는 느낌이던지... 예를 들어, 쌓여 있는 저 책들은 '장식'과는 관계가 없어보인다. 그리고 그 책을 담고 있는 책장, 그 책장 맨 위에 놓인 비닐에 쌓여있는 무엇인가 등...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모양들인 것이다.


삶은 물론이거니와 그가 세상에 내놓았던 물건들만 보아도 얼마나 그가 Simplicity 또는 Minimalism에 집착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이라는 것을 떠올릴 때 네모난 화면 위에 심플한 버튼 하나를 떠올리지만, 처음 아이폰이 나올 때만 해도 버튼이라는 존재를 없앤 것이 얼마나 혁신적이었는가(심지어는 쿼티자판이 유행하기도 했다). 그 조금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봐도 아이팟의 그 유명한 휠 디자인은 심플함의 극치였다. 그 전에 그가 손댔던 NEXT라는 회사의 컴퓨터 케이스 모서리 각도를 90도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쓸 데 없는' 노력을 했던가.


그래서 치장보다는 치장하고자 하는 욕구를 없애는 것이 항상 더 괴롭고 용기있는 작업인 것이다. 마치 사진을 '빼기의 예술'이라 부르는 것처럼. 분명 안도 다다오는 콘크리트를 노출시키며 엄청난 고민을 할 것이다. 한 번 실패하면 치장으로 만회할 수 없기에, 디자인 자체 뿐만 아니라 시공이나 시공자를 고르는 일 등, 더 오랜 프로세스동안 긴장을 늦출 수가 없는 것이다. 



Micro House / Minimal House




어느 여성지에 소개된 '협소주택' 관련 기사를 봤다. 역시나 빠지지 않는 수납공간 타령이 있었다. 이런 투의 기사 또는 설계에 대한 느낌은 마치 예전 어느 건축잡지에 실렸던 장대하고 찬란한 인테리어에서 느꼈던 역겨움과 그 감정선이 비슷하다.


내가 요즘 관심을 쏟는 분야인 협소주택은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인 이유같은 '수동적'인 이유에서 시작 되었거나, 또는 막연히 '마당이 있었으면...' 같은 '충동적' 동기에서 관심을 가졌더라도, 그것이 관심의 범위를 넘어설 순간에는 더욱 더 그러해야 할 것이다. 집을 지으려는 순간 그것은 '능동적'인 행위가 된다. 사진으로는 멋지겠지만 막상 살려고 입주를 하면 불편하기 그지 없을 수도 있다. 견디려면 삶의 패턴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조만간 한 번 찾아서 포스팅을 하겠지만, 안도 다다오가 초기에 설계한 스미요시주택의 경우에는 건축가가 단순한 삶을 강요한다.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그는 당당하게 '불편을 감수하라'고 한다. 젊었을 때였으니까, 그때의 안도는 당당하고 용감했고 건방지기까지 했다. 또 하나의 극단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젊었으니까... 젊은이들은 이해할 수 없는 '극복할 수 없는' 불편함을 차마 깨닫지 못했던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과연 나이가 든 안도는 지금 그 때를 후회하지 않을까? 


내 집은 좁다. 하지만 곳곳에 어지럽고 위태하게 물건들이 쌓여있고, 쟁여있는 수많은 물건들은 기실 존재조차 잊혀진 전혀 쓸모 없는 것들이다. 버려야 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쓰겠지' 또는 '아깝잖아'라며 쌓아놓다가 이사갈 때 마지못해 버리게 되는... 항상 반성하지만, 항상 고쳐지지가 않는다.





  

Posted by 徐烏(Slow C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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